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삶의 질이 상승함에 따라 ‘식(食)’ 문화도 눈부시게 발전해왔는데요. 다른 무엇보다도 음식문화를 크게 바꾼 사건은 바로 부엌의 기둥, 냉장고의 발명일 것입니다.
특히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냉장고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되는데요. 시원한 음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먹다 남은 반찬, 화장품까지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냉장고. 오늘은 냉장고의 역사와 그 종류를 살펴보고, 내용물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원리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냉장고의 역사
1. 과거의 냉장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냉장고가 발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그전에도 원시적인 형태의 냉장고는 존재했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쓰인 ‘예기(禮記)’를 보면 ‘벌빙지가(伐氷之家)’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요. 이는 얼음을 쓸 자격이 있는 가문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 당시에는 고위층만이 얼음을 접할 수 있었다는 말인데요. 과연 얼음을 어디에서 가져왔을까요? 그곳은 바로 얼음을 저장하는 창고, ‘석빙고(石氷庫)’입니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경주 석빙고,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석빙고는 원시적인 형태의 냉장고로, 지하에 설치된 얼음창고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석빙고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기록에 따르면 신라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에 만들어진 석빙고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없으며 대신 조선 시대에 건축된 경주 석빙고가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 세조 13권에는 왕이 고위 관리층에게 얼음을 하사하고 왕이 직접 얼음을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하여 얼음을 저장하는 역사를 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게 하다
빙고 관원(氷庫官員)이 와서 아뢰기를,
“근자에 날씨가 따뜻하여 얼음이 단단하게 얼지 않으니, 청컨대 장빙(藏氷)의 역사(役事)를 정지하소서.”
하니, 임금이 명하여 주서(注書) 조익정(趙益貞)을 서빙고(西氷庫)에 보내고, 병조 정랑(兵曹正郞) 박숙진(朴叔蓁)을 동빙고(東氷庫)에 보내어 살펴보게 하여, 만약 얼음이 단단하게 얼지 않았으면 역사(役事)를 파(罷)하게 하였다. 조익정(趙益貞) 등이 복명(復命)하기를,
“신 등이 마땅히 밤에 얼음에 보니, 얼음이 단단하였으나, 다만 대낮이 되어서 따뜻해지면 얼음이 녹을까 두렵습니다. 그러므로 ‘오전(午前)에 장빙(藏氷)하고 오후(午後)에는 역사(役事)를 정지(停止)하라.’고 시켰습니다.”
하니, 또 임금이 예조(禮曹)로 하여금 대낮이 되거든 다시 이를 살펴보게 하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조 13권 中>
‘냉장’에 대한 욕망은 비단 동양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서양도 고대 로마 시대부터 만년설을 이용한 음식재료를 보관하는 등 다양한 냉장 방법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2. 현대적인 냉장고의 등장
냉장고가 처음 발명된 것은 1892년인데요. 대부분의 초기 발명품이 그렇듯, 냉장고 역시 악취, 폭발, 거대한 크기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후 1911년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이 여러 문제점을 해결한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를 생산해 보급을 주도하게 됩니다.
초기의 냉장고는 에테르와 암모니아를 냉매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은 유독성을 띠고 있었고 1920년 ‘프레온가스’를 사용하면서 비로소 ‘안전한 냉매’ 시대에 접어듭니다. 물론 지금이야 프레온가스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색과 냄새가 없고 무해하며 폭발성이 없어 가장 안전하고 적합한 냉매로 여겨졌습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냉장고 개발과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우리나라도 1965년 금성에서 냉장고를 개발하면서 냉장고 보급이 이루어집니다.
냉장고의 원리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냉장고 내부(B)에서는 증발기(3)가 냉매(프레온가스)를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시킵니다. 액체가 기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한데요. 냉매는 냉장고 안의 열을 흡수함으로써 필요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 결과 음식들은 냉매에 열에너지를 빼앗겨 온도가 낮아지게 됩니다.
기체가 된 냉매는 단열재(I)를 지나 냉장고 뒤편(A)의 응축기(1)로 들어가 기체에서 액체로 응축(액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응축기는 냉장고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액체는 기체 상태일 때보다 적은 에너지만 보유할 수 있으므로, 응축 과정에서 기체가 갖고 있던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방출됩니다. 그 결과 냉장고 뒤편은 온도가 높아지고요.
열을 방출한 뒤 액체가 된 냉매는 다시 압축기(4번)를 거쳐 냉장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냉장고에서 나는 ‘우우우웅~’ 소리는 응축기(1번)에서 열을 빨리 방출하기 위해 팬이 작동되는 소리랍니다. 열을 최대한 빨리 방출해야 냉매가 다시 냉장고 내부로 들어가서 또 다른 열을 흡수할 수 있겠죠?
냉장고의 종류
요즘은 냉장고도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출시되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냉장고들이 있을지, 사진으로 하나씩 살펴봅시다.
1. 가정용 냉장고 / 김치 냉장고
과거에는 단문형 냉장고가 많이 쓰였다면, 요즘에는 양문형 냉장고가 대세입니다. 작년 기준, 혼수품으로 구매하는 냉장고의 90% 이상이 양문형 냉장고라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요즘에는 여기에 더해 정수기 혹은 탄산수 제조기가 내장되는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김치 보관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김치 냉장고’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입니다. 최근에는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가 합쳐진 ‘듀얼 냉장고’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네요.
2. 와인 냉장고 (와인 셀러)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와인을 즐겨 마시는 애호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와인을 적정 온도로 보관해주는 와인 냉장고도 생겼습니다. 와인을 가장 마시기 좋은 온도인 10~17℃에서 보관해 준다고 하네요.
3. 화장품 냉장고
방부제가 적게 함유된 유기농, 천연 화장품이 등장하면서 이를 최적 온도로 보관하기 위해 화장품 냉장고가 개발되었습니다. 식염수나 연고 등 다양한 약품을 보관하는 용도로도 쓰이는데요. 이 외에도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대형 냉장고, 캠핑용 냉장고, 자동차용 냉장고 등 쓰임에 따라 다양한 냉장고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냉장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냉장고의 원리를 바탕으로, 냉장고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음식 충분히 식혀서 넣기
냉매가 냉장고 내부의 열을 흡수한 뒤 응축기를 거치며 열을 방출한다는 내용, 기억하시나요? 냉장고 내부에 뜨거운 음식이 있다면 그만큼 열을 배출하기 위해 전력소모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때는 식혀서 넣는 것이 좋습니다.
2. 냉장고/냉동고 상단의 구멍 막지 않기
냉장고와 냉동고 상단에 있는 구멍은 냉매가 열을 흡수하는 구멍입니다. 구멍 앞에 장애물이 없어야 원활한 열 교환이 가능하겠죠?
3. 음식 사이의 공간 확보하기
두 번째 팁과 비슷한 맥락의 팁입니다. 냉장고 내부에서 열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음식 간의 간격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겠죠? 음식을 이것저것 무질서하게 넣어 놓기보다는 사이사이 공간을 확보하며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냉장고의 발명은 현대 문명을 바꾼 사건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식료품을 신선하게 유통할 수 있는 기간이 대폭 늘어났고, 이로 인해 집약적인 노동이 가능해져 문명이 획기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먹을만한 음식은 없는지 심심할 때마다 열어보던 냉장고!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이시나요?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냉장고, 원리를 알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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