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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한옥에서 에너지와 지혜를 발견하다


‘한옥과 에너지’ 혹은 ‘친환경 건축과 한옥’이라고 하면 어쩐지 어색한 조합처럼 들리는데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을 자세히 살펴보면 에너지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한옥에 대한 편견만 버리면요. 



한옥과 에너지


 

한옥은 오랜 기간 한국의 기후에 맞게 최적화된 집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많고 기온 차이가 크게 나는데요. 한옥은 이런 환경에 최적화된 집이죠. 물론 과거에는 단열 재료나 에너지 관련 기술이 미미했기 때문에 지금의 아파트나 최신식 주택과 일대일로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 안동시 고택 리조트 ‘구름에’의 칠곡고택 사랑채 마루 모습(출처: 한겨레)


대신 최근엔 한옥과 최신 기술을 접목한 ‘현대식 첨단 한옥’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토연구원 산하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옥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옥 건축산업의 성장 또한 낙관적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목조 건축 시장을 약 2조 원으로 봤을 때 한옥 시장은 약 2천억 원 정도이며, 마이너스 성장인 건축시장에서 목조건축시장은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순환하는 에너지


 

먼저 한옥에서 주로 사용하는 온돌은 투입되는 에너지 대비 효율적인 난방 방법이기도 하지만 낮 동안 햇볕의 열에너지를 잘 저장할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나무, 황토, 구들이 일종의 축열재 역할을 하면서 더욱 따뜻한 집을 만들어 주는데요. 열의 저장과 방출 지연 능력이 뛰어난 습식 마감을 사용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죠. 


한옥의 순환하는 에너지는 지붕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한옥의 지붕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서까래로 만드는데요. 한옥에 사용된 서까래는 부연과 목기연이라는 종류로 태양의 고도가 낮은 겨울엔 햇볕이 방안 깊숙이 들어오도록 하고,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엔 햇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옥의 멋을 살려주는 한옥과 창호지, 황토로 된 흙벽도 에너지 순환 통로가 되는데요. 문을 열었을 땐 바람과 빛이 순환하고, 문을 닫았을 땐 창호지를 통해 내외부의 공기가 마치 숨 쉬듯 순환하죠. 이렇게 순환하는 디자인을 가진 한옥은 ‘패시브하우스’(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로써 알맞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건축


 

한옥을 떠올리면 먼저 기와지붕과 목재로 된 내부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한옥은 목재와 흙을 조합해 사용한 집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친환경적이죠. 1㎏의 시멘트와 철을 생산하려면 각각 1kWh와 7kWh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흙은 거의 ‘0’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이 수치가 낮을수록 환경친화적인 재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한옥의 주재료인 흙은 일반적인 주택을 짓는 데 많이 사용하는 콘크리트에 비해 100배가량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게다가 계속해서 재사용이 가능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죠. 



한옥의 보완점 


 

문제점도 한 가지 있습니다. 전통적인 한옥은 현대식 주택과 비교해 더 춥고, 더 덥다는 것인데요. 한옥은 일반주택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150% 정도 열 손실이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한옥의 구조가 한몫한다고 합니다. 한옥에서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는 부분이나 건물의 외벽·창·출입문·땅과 만나는 지점 등이 특히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쉬운 부분이죠.



이유는 창문이나 문같이 열이 빠져나갈 수 있는 열린 공간 즉, 개구부가 일반주택과 비교해 더 넓기 때문인데요. 실제 한옥은 외부 공기에 접하는 전체 면적 중에 개구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주택과 비교해 50% 이상 넓다는 연구 자료가 있습니다. 또한, 한옥을 지을 때 주요 구조에는 목재를 사용하는데, 목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뒤틀림 현상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완전하게 단열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틈으로 열 손실이 생길 수 있죠. 



또 한 가지는 벽이나 창호 자체 재료의 열전도율 때문에 열 손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한옥은 보통 진흙과 볏짚으로 마감하기 때문에 벽 두께가 75~90㎜인데요. 흙벽이 나무와 만나는 부분, 바닥이나 상부의 각과 각이 만나는 부분에 열 손실이 발생하죠. 



한옥의 실험



때문에 현대식 한옥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구조적으로 벽의 두께를 두껍게 하고, 벽에 단열재(합판, 석고보드)를 추가해 넣기도 하죠. 또한, 개구부의 면적을 줄이기도 하고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지붕도 기존의 기와와 흙만 사용하는 방식 대신, 방수시트, 단열재 등을 넣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죠. 지붕의 하중을 줄이고 실내의 채광까지 좋게 하려고 덧서까래나 덧개판을 사용하고 기와 밑에는 회반죽과 방수시트로 마감합니다. 


그리고 창호는 한지와 2cm가 넘는 이중 유리를 동시에 사용하는데요. 이렇게 일차적으로 열 손실을 막는 방법 말고도 이차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서까래 위에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태양전지 패널(Solar PV Pannel)까지 더하거나 태양광과 지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고단열, 경량화, 생산성 향상과 같이 거주성을 높이고 시공을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연구 중인데요. 한옥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구조 재료의 공업화나 부재의 규격화 관련 기술 개발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한옥은 기술자가 적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이 다양해 단위면적당 단가가 일반주택과 비교해 1.5~2배가량 더 비싼데요. 이런 기술들이 개발되면 한옥의 대중화도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