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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신기하고 이상한 국경! '월경지'와 '위요지' 이야기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국경’의 정의를 ‘나라와 나라의 영역을 가르는 경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경선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땅을 가르는 선이나 철조망 같은 것이 그어져 있는 형태를 떠올리실 텐데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국경의 형태도 많습니다. 유스로거는 여행을 하던 중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이의 이상한 국경을 접했습니다. 이러한 곳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여 찾아보니, 곳곳에 이러한 지역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이 신기하고 이상한 국경선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월경지와 위요지는 무엇인가요?


월경지(越境地)는 특정 국가나 특정 행정구역에 속하면서 본토와는 떨어져, 주위에 다른 나라 행정구역 등에 둘러싸여 격리된 곳을 말한답니다. 반면 하나의 땅이 주변을 완전히 다른 국가의 영토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위요지(圍繞地)라고 합니다.


월경지와 위요지


글로만 보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위 이미지 왼쪽을 보면, C의 주권은 B에 속해있으면서, B의 경계를 넘어 존재하기 때문에 C는 B의 월경지입니다. 동시에 A의 입장에서 C는 A의 영토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C는 A의 위요지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미지 오른쪽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C는 B의 월경지가 맞지만, A와 D가 국경을 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위요지는 아니랍니다.



해외의 월경지와 위요지 사례들


1. 네덜란드로 들어가서 벨기에로 나오다, 바를러(Baaarle)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국경선을 지닌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국경에 있는 도시, ‘바를러(Baaarle)’라는 곳입니다.


바를러 지도


위에 보이듯 바를러의 지도는 매우 복잡한데요. 지도의 노란색 부분이 벨기에 영토이고, 하얀 부분은 네덜란드의 영토입니다. 바를러는 존더레이헌(Zondereigen)이라고 불리는 ‘본토’와 네덜란드 쪽 땅에 둘러싸인 20개의 위요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벨기에 위요지 안에는 또 네덜란드 소속의 위요지가 있으니, 복잡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도시지요.


바를러▲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 사이에 위치한 집


여기서 재미있는 퀴즈 하나! 만약 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에 걸쳐 있는 집은 어떤 나라에 속해 있는 걸까요? 그럴 때는 대문을 기준으로 국적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 여기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한때 네덜란드 식당이 법률에 따라 벨기에 식당보다 더 일찍 문을 닫아야 했던 적이 있었다고 해요. 국경에 걸쳐 있는 한 식당에서는 네덜란드 법률에 따른 폐점 시간이 되면 손님들이 벨기에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네요.


<이미지 출처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7화, JTBC>


바를러는 특이한 국경선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얼마 전 JTBC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7화에서는 바를러에 도착한 출연진들이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나뉘는 국경선 위에 서서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답니다.


2. 역사적 사연이 있는 러시아의 도시,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


혹시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선을 한 번에 그어서 다리를 건너는 문제를 풀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바로 쾨니히스베르크의 ‘7개 다리’라는 문제인데요. 월경지와 위요지를 다루고 있는데 웬 뜬금없는 수학 얘기냐고요? 이번에 다룰 곳이 바로 쾨니히스베르크, 즉 현재의 러시아 도시인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칼리닌그라드

<이미지 출처 - 구글맵>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에 속해 있지만, 본토와는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발트 3국과 벨로루시라는 나라를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랍니다. 과거 프로이센 왕국의 수도였던 이곳은, 프로이센이 독일과 합병한 후 계속 독일 땅으로 남아 있었으나 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인하여 러시아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그 후 러시아 이름을 따 칼리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이 도시는 러시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지닌 도시가 되었답니다. 그런데 소련 붕괴 과정에서 주변의 나라들이 모두 독립하는 바람에 마치 섬처럼 떨어지고 사방이 막혀버린 폐쇄된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칼리닌그라드는 본토로 가려면 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네요.


3. 스페인 속 영국 지브롤터(Gibraltar), 모로코 속 스페인 세우타(Ceuta)



이번에는 눈을 돌려 유럽 남단에 있는 해협, ‘지브롤터(Gibraltar)’로 가보겠습니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최남단에 있는 도시인데요. 특이하게도 이 도시는 스페인의 땅이 아닌 영국 땅이랍니다. 300년 전 대항해 시절, 스페인 왕위 계승전쟁 때 영국이 점령했기 때문이죠.


이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영국은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는 지중해의 유일한 출구를 장악하고, 지중해 해상권을 쥐는 기초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시에도 본국함대에 버금가는 수준의 대함대를 상시 배치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북단에 위치한 국가 모로코에는 또 스페인의 땅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위 지도에 보이는 ‘세우타(Ceuta)’인데요. 사실 이곳은 아랍인들의 땅이었습니다. 1415년 포르투갈에 정복된 이후, 1580년 포르투갈의 왕위를 스페인 국왕이 겸하게 됨에 따라 스페인의 영토가 되었답니다.



국경 아닌 국경선, 대한민국의 38선


지금까지 다양한 월경지 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월경지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는 사실! 과연 어떤 곳인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38선의 탄생 배경


38선▲38선을 통과하는 미군의 모습


38선의 탄생 배경은 러일전쟁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일본이 러시아에게 한반도를 38도 선으로 나누어 통치하자고 제안했던 것이 그 유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38선이 곧 국경을 뜻하게 된 시기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병력 손실을 우려한 미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루어진 소련의 대일 선전포고 이후랍니다.


이렇게 미국과 소련이 각각 38선을 기준으로 남한과 북한 지역에 진주함으로써 38선이 실질적인 국경 역할을 맡게 됩니다.


2. 38선의 탄생으로 발생한 월경지 사례


옹진군

<이미지 출처 - 구글맵>


물론 현재는 우리나라에 월경지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과거 38선이 그어 졌을 때에는 우리나라에도 월경지가 존재 했답니다.


황해남도에 위치한 옹진반도와 해주시는 38선 이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38선이 국경 역할을 했을 때에는 북한을 통해서 갈 수 있는 월경지였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국경이 휴전선을 기준으로 정해지면서 이 지역들은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변경되어 지금은 북한 땅이 되었죠. 


세계의 다양한 월경지 및 위요지를 살펴보았는데요. 이처럼 복잡한 국경이 존재하는 데에는 모두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습니다. 월경지 혹은 위요지를 여행할 때, 복잡한 국경선에 얽힌 일화들을 떠올린다면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