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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소비문화의 새로운 축, 키덜트를 주목하라



키덜트라는 단어, 이제는 낯설지만은 않은 개념일 텐데요. ‘키드(Kid·어린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어린이 같은 어른’, 어른이지만 어린이의 감수성을 가진 이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키덜트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수백만 원에 호가하는 피규어, RC카, 프라모델, 레고, 게임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요. 이를 두고 ‘나잇값 못한다’, ‘철없다’고 비판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키덜트 문화는 소비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구를 겨냥해 새로운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키덜트는 어떻게 시작했고 또 주요 타깃층은 누구일까요? 주목해야 할 키덜트의 모든 것,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키덜트 핵심세대 2030


키덜트의 핵심층은 바로 2030세대입니다. 업계에선 구매자의 65%가 20~30대라고 보고 있는데요. 장난감 브랜드 ‘레고’ 인터넷 카페에는 10대보다 20대가 더 많으며 청소년과 어린이를 겨냥해 만든 만화 채널 '투니버스'는 20대 여성이 가장 즐겨보는 케이블 채널이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맥도날드의 어린이 세트 메뉴 ‘해피밀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대다수가 2~30대 남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2030세대일까요? 대부분의 키덜트 아이템은 상당히 고가인데,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성인들은 이를 곧바로 소비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위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젊은 세대의 당당함도 키덜트 문화 조성에 한몫했는데요. 이제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더는 키덜트를 퇴행이나 비정상적인 소아병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러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키덜트 문화가 긍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키덜트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해 연간 매출 7,000억 원대까지 그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통·완구업계는 출산율 감소에 따른 어린이 대상 매출 급감을 우려해 판매 대상을 키덜트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중인데요. 때문에 키덜트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그 인기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2. 문화영역 전반에 확산되는 키덜트 신드롬


그럼 키덜트 문화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출판되면서부터입니다. 이 작품은 출판과 동시에 전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큰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어른과 아이 모두 좋아하는 판타지 소재라는 점, 장르는 판타지이지만 동시에 적절한 현실 개연성을 갖춘 점이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끈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키덜트 문화는 소설, 영화뿐만 아니라 패션, 애니메이션, 광고 등 대중문화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한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로보트 태권V> 복원을 들 수 있는데요.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본 성인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옛날 포스터 모으기, 캐릭터 상품 만들기, 영화시사회 주최 등 향수를 자극하며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또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광고분야에서도 키덜트 감성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어린이와 어른을 타깃으로 한 동화 같은 분위기의 광고, 과장된 몸짓, 만화기법들이 과자와 스낵, 아이스크림 등의 주요 광고 소재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GS25 홈페이지>



편의점에도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브랜드마다 앞다퉈 캐릭터를 활용한 PB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편의점 CU는 최근 디즈니 프린세스, 헬로키티, 도리를 찾아서 등 여러 캐릭터를 활용해 장난감과 캔디가 결합된 상품을 출시, 이를 통해 작년보다 월등히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GS25에서 출시한 미니언즈 캐릭터 우유는 SNS를 통해 인기를 얻으며 품귀현상이 나타났고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도 입소문을 타면서 10일 만에 한정 수량이 거의 다 판매됐습니다. 이렇게 키덜트 문화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키덜트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문화 코드로 자리 잡으면서 상품과 캐릭터를 연계한 마케팅이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3. 키덜트 문화의 확산 이유


이제 다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키덜트 문화, 왜 확산되고 있는 걸까요? 우선 가볍게 보자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현실 도피적 취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성인들의 마음을 상품자본으로 교묘히 부추긴 것이 키덜트 붐의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많은 심리학자는 키덜트족에 관해 “20대 이상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어릴 때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경험했던 다양한 추억들을 잊지 못하고 그 경험들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 장난감을 탐닉한다”고 평가합니다.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되기 마련인데요. 키덜트 문화는 어른들의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며 어른들에게 즐거운 놀이이자 취미생활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또한, 키덜트 문화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두려움과 부담감, 공포증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키덜트적 성향으로 발산되고 있는 것인데요. 이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부르는 키덜트 아이템을 통해 현실 도피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각박한 세상에서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두려움이 키덜트적 성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물론 자신만의 구매력을 갖게 된 키덜트족은 어린 시절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키덜트족은 제아무리 고가라고 해도 자기가 원한다면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일부에선 장난감을 갖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4. 키덜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키덜트란 말이 생기기 전, 키덜트는 ‘피터팬 증후군’으로 불렸습니다. 이 단어는 현재나 과거에 대한 집착과 책임감 결여 등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정신병리학적 차원에서 논의되었었는데요. 초반엔 키덜트족에 대해 '나잇값을 못한다', '철이 안 들었다' 같은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정상적인 성인대로 사고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이를 거부한다고 보았기 때문인데요. ‘철들길 거부하는 어른’의 증가는 그 당시만 해도 정신적 병리, 퇴행이라 여겨질 만큼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키덜트족와 피터팬 증후군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시선 자체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키덜트 신드롬은 어린 순간에만 머물려고 하는 소아병적 현상 '피터팬 신드롬'과는 다르다는 것인데요. 피터팬 증후군은 어린아이로만 머물며 성장 후에도 현실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 증상인 반면, 키덜트 문화는 동심이 깃든 상품을 소비하면서 재미와 유쾌함을 추구하는 성향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새로운 소비문화의 중심에 우뚝 선 키덜트! 다양한 영역에서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가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키덜트 신드롬이 가져올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