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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디젤 이야기 #2 20세기를 넘어 21세기의 심장으로

디젤 이야기 #2 20세기를 넘어 21세기의 심장으로

디젤 이야기 #2 20세기를 넘어 21세기의 심장으로


안녕하세요. 에너조이입니다. 지난 1화(링크)에서는 디젤 엔진의 아버지 루돌프 디젤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었는데요. 얼핏 엿본 디젤 개인의 삶은 참으로 빛과 그림자가 선명하게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디젤 엔진을 발명해 부와 명예를 얻었으나, 디젤 엔진으로 인해 고통받기도 했었지요. 이번 화에서는 디젤 엔진의 발전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엔진


초창기 디젤 엔진의 모습은 지금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실린더와 구동축을 포함해 2미터가 넘는 크기를 자랑했지요.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동차 내부에 들어갈 만큼 소형화되었지만 원래 디젤 엔진은 거대했고, 또 거대할수록 장점을 발휘하는 엔진입니다. 통상 기압의 20배나 되는 압력을 견뎌야 하는 만큼 부품이 무겁고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U-96 잠수함 속 디젤 엔진

<U-96 잠수함 속 디젤 엔진, 이미지 출처 : uboat.net>

 

이처럼 거대한 크기의 디젤 엔진은 선박과 잠수함의 동력 기관으로 쓰이게 됩니다. 1903년에는 러시아와 프랑스에서 각각 디젤 엔진을 사용한 선박을 선보였지요. 이듬해에는 프랑스에서 디젤 엔진을 사용해 잠수함을 진수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디젤 엔진의 명성을 높인 것은 유보트입니다. 윈스턴 처칠은 "2차 대전 동안, 날 두렵게 만든 건 오직 유보트뿐이었다."라는 말까지 했다지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바다를 누비며 연합군 병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유보트에도 디젤 엔진이 사용되었답니다.

 

 

바다로, 하늘로, 땅으로

 

증기 기관을 이용하던 유럽의 배들도 서서히 디젤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람 호는 아문센과 인류 최초의 남극 탐험을 함께 한 배로 유명한데요. 자신의 롤모델인 탐험가 난센에게 프람 호를 물려받은 아문센은 곧바로 동력 기관을 디젤 엔진으로 교체했습니다. 인류가 미지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되어 준 디젤 엔진! 정말 대단하네요^^

 

1934년에는 디젤 엔진을 이용한 기관차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디젤 기관차는 기관차의 대표적 이미지로 우리에게도 무척 친숙한데요. 이처럼 경유 자체로 동력원을 움직이는 방식 외에도 경유로 전기를 만든 뒤 전기로 전동기를 돌려 움직이는 방식의 디젤 기관차도 있답니다. 이러한 디젤전기기관차는 아직도 운행되고 있으니 기차를 볼 일이 있다면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영국에서 만든 디젤 비행선 R101

<영국에서 만든 디젤 비행선 R101, 이미지 출처 :airshipsonline.com>

 

한편 디젤 엔진은 하늘에도 진출했는데요. 바로 비행선에 쓰이게 된 것입니다. 영국의 R101, 독일 융커스 社의 유로 시리즈가 디젤 엔진을 사용한 대표적인 비행선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단점과 위험성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비행선이지만, 디젤 엔진은 한동안 하늘을 누비며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날랐답니다.


 

더 작게, 더 조용하게

 

거대한 크기와 소음, 진동 때문에 자동차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디젤 엔진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소형화를 거치며 농업용 트랙터나 트럭에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흔히 ‘힘’이 좋다고 표현할 때 쓰이는 토크(물체에 작용하여 물체를 회전시키는 원인이 되는 물리량)가 가솔린 엔진에 비해 뛰어났고 연료 효율도 높았습니다. 1922년에는 디젤 엔진을 사용한 농업용 트랙터가, 1923년에는 트럭이 개발됩니다.

 

벤츠의 디젤 엔진 세단 260D
<벤츠의 디젤 엔진 세단 260D, 이미지 출처 : emercedesbenz.com>

 

그리고 마침내 디젤 엔진이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승용차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디젤 엔진의 특허 출원으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1936년이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초의 디젤 엔진 세단인 260D를 베를린 모터쇼에 출품합니다.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무섭고 속도도 느리며 가격마저 비쌌지만, 운행비가 적게 들고 오래 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로 택시로 사용되었는데요. 무겁고 커다란 디젤 엔진을 비교적 작은 승용차에 넣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소형차 안으로
 디젤 엔진을 장착한 소형차 푸조204

<디젤 엔진을 장착한 소형차 푸조204, 이미지 출처 : hugo90's flicker>

 

요즘과 같은 소형차에 디젤 엔진이 사용된 것은 1960년대부터입니다.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 푸조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소형차인 ‘푸조 204’를 1968년 출시합니다. 그리고 1970년대 1, 2차 석유 파동을 지나면서 디젤 엔진은 특유의 효율 때문에 자동차 엔진으로써 주목받게 됩니다. 석유 파동 기간 벤츠는 터보 디젤 엔진을 사용한 300SD 모델을 발표하고 폭스바겐은 해치백의 대명사 골프에 디젤 엔진을 탑재합니다. 후발 주자인 BMW 또한 신기술인 EDC(전자식 디젤 엔진 컨트롤) 방식을 적용한 BMW 524td를 출시하며 디젤 자동차 대열에 합류합니다.


디젤 자동차는 오늘날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2%를 점유하며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고유가로 인한 효율적인 연비, 배기가스 규제 등 엔진에 대한 잣대는 점점 엄격해 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관점에서도 디젤 엔진의 미래는 밝습니다. 아직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디젤의 진화는 현재진행형
 
차세대 디젤 엔진의 대표적인 예로는 클린디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클린디젤에 관해서는 에너조이가 예전에 클린디젤 이야기를 통해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혹시나 못 보셨거나 다시 보기를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어요.

 

 

에너조이와 함께 알아본 디젤 이야기, 어떠셨나요? 발명가 '루돌프 디젤'의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에너지 이야기가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에너조이는 앞으로도 에너지와 관련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유익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재미있는 내용으로 전해 드리려 합니다. 기대해주세요^^